“저는 스타인웨이 아티스트이고, 그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항상 패기 넘치는 로버트 레빈이 마치 선언하듯 말했다. 오늘날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포르테피아노 연주가에게서 모던 피아노의 대표적인 모델인 스타인웨이 피아노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다소 놀라웠다.
레빈은 토요일 오후 앨리스 툴리 홀에서 열린 모차르트 페스티벌에서 시대악기로 All-Beethoven 공연을 펼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발언은 시대악기 연주를 기저에 둔 음악적 다양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복원과 재발견을 통해 (자신만의 카덴차와 장식을 만들거나 즉흥연주를 펼쳐) 끊임없이 새로운 연주를 보여주는 대가로 유명하다. 레빈은 자신을 포르테피아노 연주자로 제한하지 않는다. 혹은 이 점은 확실히, 그가 어떤 연주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레빈은 하버드 대학 음악교수이며, 강연도 자주 펼치고 있다. 하프시코드, 오르간 등 그의 시대악기 연주 프로젝트는 베토벤을 넘어 점점 확장되고 있다.(3년 전 여름에는 링컨센터 페스티벌에서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2004년에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을 모두 연주했다.) 그는 모던 피아노로도 활동적인 독주자이고 실내악 연주자이며, 현역 작곡가들의 음악과 관련해서도 훌륭한 연주자이다. 음악 이론가이자 많은 저서를 집필한 음악학 연구자이며, 지휘와 작곡 모두를 전공하기도 했다. 그는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쉼 없이 천진스레 음악을 쏟아내는 파파게노 같은 존재다. 그러나 레빈의 음악은 모든 점에서 빈틈없는 지성으로 다져진 것이다.
이번 여름(2002년) 예년보다 규모가 줄어든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일정 중, 토요일 베토벤 프로그램은 연주자들의 파업과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 취소가 없었더라도 충분히 하이라이트가 될만하다.
토요일 공연은 출연하는 오케스트라가 이 건에 관련된 바가 없기에 취소되지 않았다. 영국 최고의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루이 랑그리가 나선다. 그들만의 연주로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하며, 프로그램의 나머지 3곡은 모두 레빈과 베토벤 시대의 포르테피아노와 연관된 것이다. 독주 건반악기를 위한 환상곡(작품77)과 피아노 협주곡 4번, 코랄 판타지를 연주할 것이다.
54세(역주: 1947년생)의 로버트 레빈을 이처럼 매혹적인 아티스트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의 ‘다양성’이다. 이는 탁월한 기교, 재능, 작곡 내지는 카덴차와 꾸밈음들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서 그 작곡가의 스타일로 연주해 내는 능력과는 별개의 것이다. 그는 음악적으로 다방면으로 진화를 이뤄왔으며, 자리를 잡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배경 모두가 현재 그의 성과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레빈은 역시 피아니스트이며 3대의 스타인웨이 피아노 및 여러 시대 건반악기를 같이 공유하고 있는 아내 야-페이 추앙과 사는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자택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나디아 불랑제(레빈이 10대에 수학했던 프랑스의 전설적인 음악교사)는 학생들의 능력을 헤아리고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판단하곤 했었지요.”
레빈에 대한 불랑제의 판단은 그가 인문학적 배경 지식을 넓히기 위해 전문음악학교보다는 하버드에 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루돌프 제르킨 추천으로 커티스 음악원 이론과 주임교수가 되었다. 이어 프랑스 퐁텐블로에 있는 불랑제의 콩세르바투아르 아메리칸(Conservatoire Américan)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레빈은 슈테판 볼페에게서 작곡을, 한스 스와롭스키에게서 지휘를 배웠으며 여름에는 탱글우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1966년, 그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무시무시한 수장, 조지 셸에게 오디션을 받았다.
“셸은 내가 타고난 지휘자는 아니라고 했어요. 하지만 1년 동안 클리블랜드에 와서 자신의 리허설을 참관할 것을 제안했지요. 제임스 레바인에게도 똑같은 제안을 해주었어요.”라고 레빈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며칠 내로 징집될 예정이어서, 하버드에서 케이스 웨스턴으로 갈 생각은 없었지요. 괜찮아졌을 때는, 조지 셸이 1970년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지금 레빈이 이 가끔 연주되는 곡으로 건반악기 앞에 앉아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말했다. “그 일이 무척이나 아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만났던 지휘자들은 무척 자기중심적이고 무신경했고 저는 그 점에 대해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저는 좀 더 친근하고, 이상적으로 접근하는 타입입니다.”
레빈이 시대악기 연주를 만나게 된 계기를 보면 그의 배경이 어떻게 그의 향후 연주 경력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1980년 저명한 포르테피아노 연주자인 맬컴 빌슨에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넌서치 음반사에서 네 손과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녹음을 원하는데 이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데 관심이 있느냐고 했지요. 저는 시대악기로 연주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어요. 그가 말했지요. ‘그간 내가 함께 일했던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자네는 피아노로 하고 있더군.’”
빌슨이 의도한 것은 레빈의 재능이었다. 오래 전에 죽은 작곡가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스타일로 작곡과 즉흥연주를 해내는 것.
“저는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 상상력과 독창성을 아주 강하게 주장해 왔습니다.”라고 레빈이 말했다. “칼 필립 에마누엘 바흐는 모든 즉흥연주의 기본은 코드의 진행을 아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 때문에, 불랑제에게서 배운 것은 매우 이상적인 훈련이 되었죠.”
작곡에 대한 연구, 학습에 대한 초기의 노력은, 연극을 위한 많은 반주 음악뿐만 아니라 하버드의 헤이스티 푸딩(하버드의 가장 오래된 연극단체)을 위한 작곡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의 경력은) 작곡에서 다소 오락적인 느낌의 작곡과 꾸밈연주로 건너뛴 셈이다. 이제 레빈은 시대연주 스타일의 한계와 자신의 독창성을 표현하는 것 사이의 긴장을 즐기고 있다. “새장 안에 나 자신을 가두어 놓고 후디니의 탈출을 시도하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빌슨과의 작업을 시작으로 레빈은 시대악기 연주 경력을 폭발적으로 쏟아냈다. 심지어 클래식 음반 시장이 흔들리는 이 때에도 그는 서로 다른 지휘자들과 각기 다른 레이블로 주목할만한 녹음 시리즈를 진행해 왔다.
여기에는 존 엘리엇 가디너와 함께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과 코랄 판타지 및 교향곡 2번과 피아노 협주곡 4번의 실내악 버전 녹음,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와 함께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녹음, 두 대의 하프시코드와 클라비코드, 오르간을 오가며 녹음한 눈부신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프로젝트가 있다.
레빈의 즉흥연주는 재즈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부친의 열정 덕분에 재즈 음악과 함께 자랐음에도, 그가 재즈에 진짜 관심을 두게 된 건 최근 10년 사이의 일이라고 했다. 이제 레빈은 하버드에서 스윙 음악을 가르치고도 있다.
레빈은 커티스에 이어 뉴욕주립대학에서도 5년간 있었다. 그리고 불랑제 초청으로 퐁텐블로에 머무른 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3년 하버드로 가는 것을 결정한 것은 의도적인 결정이었다. 공연을 위해 숙련된 전형적인 프로 연주자들과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게도 음악을 열어주고 싶어했다.
“모든 음악가가 훈련을 받지요. 하지만 그들이 공연하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요?” 평생의 친구이자 작곡가인 존 하비슨처럼 세상에는 정말이지 많은 작곡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레빈은 작곡 대신 연주에 중점을 두기로 정했다. “(연주로써) 이 사람들을 계속 지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4월 그는 본인이 하비슨에게 작곡을 위촉한 피아노 소나타 2번과 예후디 와이너의 피아노 협주곡을 보스턴 심포니와 함께 연주한다.
그의 명성에도 불구, 레빈은 자신이 과거의 비르투오조와는 분명히 다른 연주자라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요리사인데 프랑스 요리든 이탈리아 요리든 타이 요리든 당신이 만든 모든 음식이 똑같은 맛을 낸다면, 당신은 썩 좋은 요리사라고 할 수 없죠.”, “50년, 혹은 60년쯤 전에는 연주자가 각자의 스타일을 가진 것이 아주 중요했었어요. 그 자신이 오리지널이 되기 위해서요. 만약 당신이 연주하는 모차르트나 시벨리우스가 똑같은 소리를 낸다면 OK였던 시절이었죠.”
“작곡가가 되는 것은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모든 공연이 달라지지요. 악기를 선택하는 일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사용되는 악기에 휘말릴 수 있지요. 중요한 것은 언어와 스타일입니다. 적어도 ‘왜, 그리고 어떻게 하는가’가 ‘무엇을 하는가’만큼 중요합니다. 저는 오리지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레빈은 하버드에서는 학문적 연구에 전념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레빈은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연주와 녹음을 위해 세계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면서 말이다. “좀 더 나은 계획을 짜는 데는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요.”
그러나 이런저런 일들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많음에도 교수로서, 그리고 연주자로서 레빈의 역할은 서로 꼭 맞고 있다.
“연주는 사회적인 행동입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내적인 흥분을 공유하려고 하지요. 동시에 공개적이고 열정적인 지지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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